거창군수 선거를 목전에 두고 지역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거창군수 후보와 관련하여 성추행 의혹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뒤이어 진정인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정가는 ‘정치적 의도’, ‘배후설’ 등의 공방으로 겉잡을 수 없이 과열되며 의혹의 실체보다는 폭로의 ‘타이밍’과 ‘배경’에 의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피진정인 후보 측은 즉각 “선거 막판 판세를 흔들려는 흑색선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지지층 사이에서는 “10년 동안 침묵하다 왜 하필 지금 폭로하느냐”는 타이밍론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사안을 바라보는 거창의 시선은 철저히 왜곡되어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왜 지금 말했는가”라는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가”라는 실체적 진실의 문제다.
성폭력과 성추행 특히 지위와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피해의 경우 피해자가 오랜 시간 침묵하는 사례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거창처럼 인간관계와 권력 구조가 촘촘하고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현직 군수의 막강한 영향력 앞에서의 문제 제기 자체가 곧 사회적 매장과 보복을 의미한다. 피해자가 감내해야 했을 두려움과 고통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한 채, 그저 선거철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손가락질하는 것은 가혹함을 넘어선 ‘2차 가해’다.
진정인이 선거와 관련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제기된 의혹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패막이가 될 수도 없다. 공직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와 직결되는 공적 영역이다. 출마자라는 이유로 본인이 겪은 중대한 피해 사실을 숨기고 침묵해야 한다는 논리야말로 지극히 가해자 중심적인 발상이다.
물론 현재 이 사안은 수사기관에 진정이 접수된 초기 단계이며, 후보 측의 주장대로 일방의 폭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관계는 향후 사법기관의 엄정한 조사 과정을 통해 차분히 가려내면 될 일이다.
지금 거창에 필요한 것은 음모론에 기반한 정치적 낙인찍기가 아니다. 본질을 흐리는 프레임 전환 뒤에 숨어 군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군민 앞에 진실이 투명하게 밝혀지는 것, 그것이 이번 사태를 대하는 유일한 정답이다. 거창군민들 또한 자극적인 흑색선전에 휘둘리기보다, 사실에 기반한 책임 있는 검증 과정을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