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거창군수 공천이 무공천 사태로 인해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한 이번 거창군수 선거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최근 전개된 일련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며 군민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배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A 후보의 ‘당원명부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던 B 후보가, 돌연 의혹의 당사자인 A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다.
어제의 범법 의혹 제기자가 오늘의 동반자로 둔갑한 이 기괴한 현실 앞에, 과연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와 명분은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거창 군민의 민의를 철저히 무시하고 군민들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기는 오만한 행태다.
이러한 볼썽사나운 정치를 보며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고사인 ‘도척지견(盜跖之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악명 높은 큰 도둑인 도척의 집에서 기르는 개는 주인이 어떤 악인인지, 그가 저지른 짓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 않는다.
그저 먹다 남은 밥 찌꺼기 한 덩이를 던져주는 주인에게 맹목적으로 꼬리를 흔들며, 주인의 뜻에 반하는 자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물어뜯을 뿐이다.
오늘날 거창 정가의 모습이 이 ‘도척의 개’와 무엇이 다른가?
정치적 대의나 시시비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권력이라는 ‘더러운 밥 찌꺼기’를 얻기 위해 어제의 신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비열한 행태가 대낮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원칙도 철학도 없이 사리사욕과 이해관계에 따라 합치고 찢어지는 정치인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畜狗)에 다름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대다. 거창의 정치인들 가운데 과연 누가 ‘도척의 개’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눈앞의 이익에 굴종하고 있는지,
군민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때다. 이번 선거가 거창의 정치를 바로잡고, 군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진짜 정치인을 가려내는 엄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