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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6 08:12

  • 오피니언 > 거창별곡

성공의 기준

기사입력 2024-01-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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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서울지하철 이촌역 앞에 군밤 장수가 있었다. 매년 겨울철이면 할아버지가 토종 군밤을 구워서 팔았다. 정말 맛있는 군밤이었다. 어느덧 군밤은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겨울 간식이 되었다.
 

그런데 올겨울에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겨울의 일락(一樂)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군밤처럼 구수한 할아버지의 미소도 볼 수 없었다. 마침 미국에 머물던 딸아이가 한국에 왔다. 딸아이 역시 군밤 마니아이다.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를 수소문했다. 혹시나 싶어 이촌역에 자주 가보았으나 번번이 허탕이었다. 연로하신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
 

군밤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 사람이 사라졌을 때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에 박성배라는 젊은 경비원이 있었다. 그는 최고의 친절남이었다. 아파트 주민이 손에 짐을 들고 있으면 재빨리 뛰어와서 들어주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 그 많은 입주민의 층 번호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따금 잠깐만요라고 주민들을 불러 세우고는 우편함에 있던 개인 우편물을 찾아서 건네준다. 얼굴에는 늘 웃음이 가득하다.
 

어느 날 그 경비원이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비 용역회사를 다른 곳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도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지금껏 아쉬워한다.
 

사람의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할까? 수많은 척도가 있겠지만 이것이 진정한 잣대가 아닐지 싶다. 그의 부재 시에 그 빈자리의 크기 말이다.
 

미국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성공의 기준을 이렇게 정의했다.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자. 내가 떠났을 때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자. 그런 존재라면 군밤 장수가 되었든 아파트 경비원이 되었든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출처 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gc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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