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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6 08:12

  • 오피니언 > 거창별곡

퇴계의 방

기사입력 2024-01-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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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예인의 근황이 TV에 나왔다. 과거에 화려했던 명성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의 삶이었다. 그의 서재가 카메라에 잡혔다. 책을 많이 읽는 그의 습관을 클로즈업했다.

 

그런데 나의 눈은 엉뚱한 곳에 초점이 꽂혔다. 서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책이었다. 수행자가 머무는 공간은 정갈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거처가 깨끗이 정돈돼야 마음도 가지런해지지 않겠는가. 주변 관리조차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영혼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

 

산사에 가면 댓돌에 가지런히 올려진 승려들의 신발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쪽 기둥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발밑을 살피듯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피라는 것이다. 그것이 수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머무는 방이나 주변은 항상 정갈하다.

 

퇴계 이황이 단양 군수로 있다가 떠났을 때의 일이다. 아전이 관사를 수리하려고 방에 들어갔다. 몇 년을 거처했던 방인데도 마치 어제 도배한 방처럼 깨끗했다. 아전과 백성들이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짧은 일화지만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이것이 그가 이룬 성리학의 위업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이다. 그가 평소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행동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낱 서재의 정돈을 놓고 너무 침소봉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모름지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다.

 

집을 대청소 하는 주부는 자기 머리 위의 찬장부터 정리한다. 천하를 도모하려는 사람은 자기 집안부터 먼저 다스리는 법이다. 그 순서가 바뀌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 방안을 어지럽히는 사람은 사회를 깨끗이 만들 수 없다.

출처 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gc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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